처음 만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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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남자




1. 금요일 저녁 캠퍼스 앞은 항상 사람으로 붐빈다.


워낙에 유동인구가 많기도 하거니와,

캠퍼스에서 대학생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일주일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술로 풀려는

과나 동아리 단위의 모임들, MT를 가려는지

깃발을 들고 몰려다니는 떼거리들,

거기다 팔짱을 끼고 돌아다니며 염장을 질러대는 커플들까지...


물론 나도 그 나이 땐 그들보다 더 심했었지만,

학업으로 먹고 사는 서른을 앞둔 나에게는

더없이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에휴.. 그래. 신나게 놀아라. 그것도 그때 뿐이다.'


하지만 오늘은 왠일인지 그 모든 것들이 용서가 되는 것 같았다.


심지어 지나가는 사람들과 부딪치는 일조차

신선한 자극으로 느껴졌다.


바로 그 남자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얼마전 인터넷 미팅 사이트에서 알게 된 한

남자와 한달간 채팅을 하고 지낸 끝에 만나기로 한 것이다.


그 흔한 미팅이나 소개팅도 한번 안 해본 내가

낯선 남자를 만난다는 사실 자체가,

게다가 대부분의 만남이 뜨거운 하룻밤으로 이어진다는

그 사이트를 통해서 누군가를 만난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더욱 들뜨고 흥분하게 했다.


그런 설레임에 하루종일 수업이고 조교 일이고

모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던 나

는 30분이나 일찍 약속장소로 갔다.


아직 시간이 있었기에 나는 근처 스타퍽스(starfucks)에서

아이스커피를 사들고 나와 그를 기다렸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에도 별별 생각이 더 들었다.


'집 근처에서 보자고 할걸 그랬나? 샤워하고 나가게..'


'아직 날도 더운데 치마를 입을걸.

오늘따라 화장은 또 왜 이 모양이야.

아, 다행히 향수는 뿌렸지.'


'이럴 줄 알았으면 피임을 좀 해둘걸.

어머,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이런저런 생각에 들떠 커피를 쪽쪽 빨아먹어

치워버리고 잠시 휴대폰을 들여다 보았다.


바로 그때 왠 남자가 내 어깨를 두드리는 것이 느껴졌다.


"저기.."


"네..?"


"혹시 유성희 씨?"


"네. 제가 유성흰데요. 아 그럼..?"


"아, 후훗. 한번에 찾았네요."


돌아보니 약속대로 하늘색 반팔 와이셔츠를

입은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박재성입니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얼굴에 따뜻한 미소를 머금은 채 그는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아니요. 저도 방금 왔어요."


그와 악수를 하면서 나는 그 남자의 얼굴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약간 마른듯한 체구에 키는 175 정도 되어 보이는

그는 꽤 긴 다리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나보다 하얘 보일 정도로 창백한 피부에

갸름한 턱과 오똑한 콧대,

그 위로는 검은 뿔테안경 너머로 유난히 또렷하게

빛나는 눈동자가 보였다.


특별히 잘 생기거나 남자다운 얼굴은 아니지만

어딘지 모르게 신뢰감을 주는 것 같았다.


특히 내 손 전체를 감쌀 정도로 크고 따뜻한

손은 나의 긴장감을 덜어주었다.


그 남자 역시 나를 한동안 바라보더니 이내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갈까요?"


그와 나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화는 별로 하지 않았다.


그가 약간은 어색하게 몇마디 건내긴 했지만

나는 그냥 단답형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그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를 몰라서였다.


이런 식으로 남자를 만나는 게 처음이기도 하거니와

남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기 때문이다.


작년 봄 사귀던 남자친구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헤어지고 난 뒤 나는 남자라는 동물이 싫어졌다.


그래서 남자들과 말도 잘 섞지 않으려 했고

그들 앞에서는 잘 웃지도 않았다.


그저 죽어라 논문 준비만 했고, 불타는

성욕은 가끔씩 자위로 달랠 뿐이었다.


그랬던 내가 그런 사이트에 가입하고,

목적이 뻔해 보이는 남자를 만난 것이다.


그 사실이 나를 하루종일 들뜨게 했고

동시에 쑥스러움과 민망함을 주었다.


또한 새로운 남자와 오랜만에 섹스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은 흥분하고 있었다.


나는 그를 일본식 라면집으로 이끌었다.


"아니, 기껏 먹고 싶다는 게 라면이었어요?"


"이 집이 맛있다고 해서요. 싫으시면 다른 데로 갈까요?"


"후훗, 아니요. 저도 라면 좋아해요.

그 대신 2차는 더 좋은 데 가죠 뭐."


하긴 나도 어지간히 멋대가리 없는 여자다.

남자 만나러 가면서 생각해 둔 게 라면이라니...


하지만 그 남자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여전히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식사중에도 그가 계속 말을 걸어 왔지만

내 대답은 네, 아니요였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대답도 길어지고 '어머, 그래요?'

같은 감탄사가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극도의 긴장감과 흥분을 숨기려는 어색한 방어심리는

좀처럼 가라앉지를 않았다.


하지만 매너 좋은 그는 나에게서 억지로 말을 끌어내려

하기보다는 따뜻하게 웃으며 나의 대답을 차분히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배려 깊은 그의 태도는 나를 둘러싼

방어의 벽을 서서히 허물어 갔다.


2. 식사를 마치고 나는 그를 따라 한 와인바로 향했다.


'이 동네에 이런 데도 있었나?'


정말 대학가와는 어울리지 않는, 꽤나 무드있는 곳이었다.


편안한 느낌의 소파, 약간은 어두운 조명에

고급스런 인테리어, 그리고 각 테이블에는 조그만

촛불이 하나씩 놓여있어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거기에 은은히 흐르는 재즈 음악까지,

모든 것이 첫만남의 어색한 분위기에 잔뜩 긴장해 있는

여자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성희씨가 마일즈 데이비스 좋아한다고 해서

일부러 여기로 모셨어요. 여기 분위기 좋죠?"


나는 이 남자가 고도의 테크닉을 지닌 선수임을 직감했다.


잠시 후 주문한 레드와인이 나왔고,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색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지만 술기운이 천천히

오르자 나 역시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긴장을 풀어주려는듯 그는 가벼운 농담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매우 위트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농담에 나는 수시로 고개를 뒤로 젖혀

가면서까지 깔깔 웃어댔다.


그러나 그렇게 가볍기만 한 사람은 아닌 듯했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 경제 얘기가 나오자 펀드매니저답게 그의 맑은

눈동자가 더욱 지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남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잘난 척하며 자기 말만 줄기차게 늘어놓는

사람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이기에 그럴 뿐이었다.


또한 내가 말을 할 때에는 시덥지 않은 농담도

진지한 표정으로 들어 주었다.


술이 삼분의 일 정도 남았을 때, 그가 물었다.


"참, 성희 씨는 연애 안 해요?"


"연애요? 했었죠."


"지금은? 지금은 만나는 사람 없어요?"


"없으니까 재성 씨 만나는 거 아닌가요?"


"아.. 그렇죠."


이런, 까칠한 내 대답에 그는 예기치 못한 역경을

만난 듯 당황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아이씨, 유성희 너 왜 그러니? 좀 부드럽게 못하니?'


하지만 이내 그의 표정이 풀어지며 얼굴 전체에

따뜻한 미소가 번지는 게 보였다.


"하하하, 그래요. 내가 당연한 걸 물었나 보네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좋았던 분위기를 한순간에 꽁꽁 얼어붙게 한 것이다.


'제기랄,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텐데..

무슨 말이라도.. 근데 뭐라고 하지?'


"그럼 재성 씨는 연애.. 안.. 하세..요..?"


모처럼만에 겨우 입을 열었지만,

나는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조용히 나를 바라보던 그가 내 옆자리에 앉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허벅지가 닿을 정도로 바짝...


이윽고 그의 크고 따뜻한 손이 허벅지에

놓여있던 내 손을 잡았다.


그의 온기가 손등 전체와 허벅지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게다가 하필이면 손이 허벅지 안쪽 사타구니

가까운 곳에 놓여있었기에 그 온기가 내 그곳에 미치는 듯했고,

그 바람에 내 어깨가 움찔했다.


잠시 내 손을 만지작거리던 그가 팔 전체를 주물러

올라가 마침내 어깨를 감싸쥐었다.


"나도 연애 안 해요. 근데..

오늘부터 하게 될 거 같아요."


"네..에? 그게 무슨.."


이상한 일이었다. 그저 잠깐 팔을 잡았을 뿐인데,

나는 극도로 달아올라 버렸다.


'이게.. 뭐지? 아 그 눈,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말란 말이야.'


지적으로 빛나던 그의 눈동자에서 차가운 기운은 사라지고,

내 몸 전체를 감쌀 듯한 온기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그는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을 떼더니,

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주고는 볼 전체를 감쌌다.


나는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성희 씨랑요. 오늘부터 성희 씨랑 연애할래요."


뻔한 작업멘트였지만, 나는 비웃거나 다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대로 그 남자에게 빠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 그것보다 정신이 아찔해지는 통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적당히 오른 취기와 그에게서 풍겨오는 남성용

향수의 강렬한 향, 그리고 이미 촉촉하게 젖어버린

그곳에서 올라오는 묘한 흥분감으로 인해

나는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목이 탔다. 얼굴은 빨개지고 심장은 마구 뛰고 있었다.


그런데 얼음물을 마신다는 게 실수로 와인을 단숨에

들이켜 버린 탓에 내 몸은 더욱 달아올라 버렸다.


다시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나는 빈 와인잔을 실없이 돌려대며 뜨거워진

내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마침내 침묵을 깨고 그의 따뜻한 음성이 들려왔다.


"성희 씨.. 제가 오늘 성희 씨 가져도 될까요?"


3. 나는 그가 이끄는대로 모텔의 침대 위에 앉았다.


조명은 켜지 않았지만, 창 밖의 화려한 네온사인

덕분에 서로의 얼굴 정도는 볼 수 있었다.


한동안 우리는 말이 없었다.


뭔가 말해야 할 것 같긴 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뭐라고 해야 할지를 몰랐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마침내 그가 내 옆에 앉아 내 손을 잡았다.


내 손은 긴장한 탓인지 차가웠지만 그의 손은 따뜻했다.


"손이 차네요. 긴장하셨나 봐요."


"..."


"어깨 좀 주물러 줄까요?"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그는

내 뒤에 앉아 내 양 어깨를 감싸쥐었다.


그의 따뜻한 손이 내 몸에 닿자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이 나왔다.


긴장으로 차가웠던 내 몸이 한순간 따뜻해짐을 느꼈다.


이런 나의 느낌을 눈치챈듯 그는 부지런히 내 어깨를 주물렀다.


"아앗, 아파요."


그의 손이 내 목덜미에 닿았다.


"근육이 많이 뭉쳤네요."


그랬다. 요새 한동안 문서작업을 하느라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근육이 풀리는 듯했다.


그의 안마 기술은 최고였다.


손바닥 전체로 어깨를 감싸쥐고 주무르는가 하면,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꼭꼭 눌러주기도 하고,

또 주먹으로 톡톡 두들겨주기도 하는 등 받아본 적도

없는 안마에 긴장이 풀려가던 내 몸은

서서히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후후, 성희 씨 얼굴이 사과빛이네요.

이제 긴장이 좀 풀리세요?"


젠장, 아까 마신 와인 탓인지 흥분 탓인지

얼굴이 빨개진 모양이다.


 



굳이 그런걸 말해주니... 이 남자도 어지간히 짓궂은 남자다.


"아, 네. 안그래도 요새 근육이 많이 뭉쳤었는데 좀 시원..흡!"


나는 더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살짝 돌아보며 대답하는 내 입술에

그의 입술이 닿았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키스에 당황한 나는 반사적으로 그를 떼어내려 했지만,

그의 따뜻한 손이 내 어깨를 꽉 쥐고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거부하는 것도 웃기지 않은가.


모든걸 포기한 나는 스르르 눈을 감았다.


이윽고 두 사람의 입술이 겹쳐졌다.


하지만 다짜고짜 혀를 밀어넣는 무례는 범하지 않았다.


다만 내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후 그의 왼손이 내 허리에 감겼다.


그리고는 오른손으로 내 어깨를 잡아끌어

나를 그의 방향으로 완전히 돌려놓았다.


동시에 그의 혀가 들어왔다.


'응? 이 남자 언제 양치했지?'


당연히 음식냄새가 나리라 생각했던

그의 혀에서는 민트향이 났다.


오히려 내 혀에서 아까 안주로 먹었던 치즈의

역겨운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아 씨발, 양치나 할걸. 쪽팔리게 이게 뭐람?'


하지만 그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혀를 감아왔기에

나도 그와의 키스에 열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타액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는동안

내 어깨를 잡고 있던 그의 오른손이 내 티셔츠

속으로 헤집고 들어오는게 느껴졌다.


'뭐야, 너도 엄마젖 덜 먹었냐?'


남자들은 다 그렇다. 키스하면 으레 가슴을

주물러야 하는줄 안다.


손 잡았으니까 니 입술도 내꺼고,

그 다음엔 니 가슴도 내꺼, 그 다음엔 또...


이런 식으로 지들 멋대로 순서를 정해놓고선 여자를

지들 걸로 만드는 것이다.


솔직히 나도 가슴이 주요 성감대 중 하나이긴 하지만,

저런 같지 않은 남자들 논리에 놀아나는건 정말 짜증난다.


그렇게 그에 대해서 실망하고 있었는데,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 남자, 더이상 손을 올리지 않고,

내 허리와 옆구리를 더듬고 있었다.


'뭐지 이건?'


가슴에는 관심없다는듯, 그저 옆구리만 주물럭거리는 것이다.


지멋대로 가슴을 주무르지 않아서 고맙긴 했지만,

한편으론 왠지 기분이 나빴다.


아니, 80B의 탄력있는 내 가슴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단 말이야?


나랑 사귀었던 남자친구들도, 다른 여자들도,

심지어 엄마까지 예쁘다고 인정하는

내 가슴을 이렇게 무시하다니, 이 남자 성불능 아냐?


정말 불쾌했다. 달아오른 내 몸이 식어버릴 정도로...


그런데 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몸이 더 뜨거워지고 있었다.


오히려 가슴을 만져줄 때보다 쾌감이 더 셌다.


'이럴수가, 옆구리로도 느끼다니..'


어떤 남자도 옆구리를 이렇게 집중적으로 애무해주는

일도 없었거니와,

조차도 옆구리가 성감대일줄은 몰랐던 것이다.


나는 옆구리에서 올라오는 낯선 쾌감에

그보다 더 혀를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잠시후, 두 사람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타액이 내 볼을 타고 흘렀기 때문이다.


볼에 흐른 타액을 닦아내고 그의 얼굴을 보니

흥분에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은 욕망에 불타고

있어서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부끄러워진 나는 잠시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리고 슬슬 물러나며 그에게 말했다.


"저, 누울께요."


내가 침대에 몸을 반쯤 누이자 그가 내 옷을 벗기려 했다.


"아, 아니에요. 제가 벗을래요."


나는 다시 일어나 티셔츠와 바지를 벗으며 말했다.


"저, 원나잇은 처음이에요."


내 입에서 원나잇이라는 말이 나오다니,

부끄러워 죽는줄 알았다.


"그래요? 이거 실망이네요."


"네..?"


"난 성희 씨 또 만날건데, 성희 씨는

날 하룻밤 상대로밖에 안보나 봐요?"


"아아, 그게 아니라.."


갑작스런 그의 공격에 당황한 나는 잠시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게 지금 뭐하려는 수작이야?'


"후훗, 농담이에요. 성희 씨 의외로 백치미도 있었구나."


"뭐라구요?"


나는 눈을 흘기며 손에 들고있던 티셔츠를 그에게 던졌다.


"아하하하하, 알았어요. 미안해요. 후후훗...

이리 와봐요. 브라는 내가 벗겨줄게요."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는 브래지어 후크를 풀었다.


능숙한 솜씨로 그가 브라를 벗겨내자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 가슴을 보자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


"좀.. 크죠?"


'어머, 이런 주책!'


하프누드가 된 어색한 상황을 벗어난다는게

이런 실수를 범하다니, 이 남자 날 뭘로 볼까?


앗, 그런데 이 남자...


"후훗, 네. 큰걸요?"


귀엽다는 듯 웃으며 나를 침대에 다시 눕혔다.


누워있는 내 옆구리를 그의 손이 감싼다.


그의 크고 따뜻한 손이 닿자 나도 모르는

얕은 신음이 나왔다.


그리고 다시 깊은 키스가 이어졌다.


"으음.."


마침내 그가 내 가슴을 감싸쥐었다.


그는 젖가슴 아래쪽을 손바닥 전체로 감싸안고는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유두를 자극했다.


부드럽지만 집요한 그의 손놀림에

나는 침대 시트를 꽉 쥐었다.


그의 입술이 내 입을 막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안그랬다면 난 신음을 흘려댔을 것이다.


그가 입을 떼었다. 그의 입술과 혀가 내 몸을 타고 내려온다.


목덜미, 어깨, 가슴, 그리고 배꼽까지...


그의 혀는 배꼽에 머물지 않고 더 내려가려 했다.


손으로는 내 팬티의 고무줄은 잡은채로...


정신이 번쩍든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거,거긴, 좀 있다가.."


"..왜요?"


"좀.. 부끄럽네요."


"뭐가 부끄러운데요? 아아, 흠뻑 젖었구나? 후후.."


'이 자식이.. 다 알면서..'


아니나 다를까, 내 그곳은 이미 흠뻑 젖어있었다.


나의 간곡한(?) 부탁에 그는 씨익 웃더니

팬티를 놓고는 다시 내 옆구리를 잡았다.


그리고 왼손으로는 내 한쪽 가슴을 감싸쥐고,

남은 가슴을 입술로 덥썩 물었다.


"헉!"


갑작스러운 그의 애무에 나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처음 보는 남자 앞에서 신음을 흘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지긋이 눈을 감고 그의 애무에 집중했다.


그의 애무 솜씨는 프로였다.


아기가 엄마 젖을 빨듯이 유두를 강하게 흡입하는가 하면,

이로 잘근잘근 깨물기도 하고,

혀 끝으로 유두를 살살 돌리기도 했다.


또 그의 두손도 손도 쉬지 않았다.


왼손은 나머지 가슴을 자극하고 있었고,

오른손은 옆구리와 허리를 주물렀다.


세군데에서 밀려오는 강한 쾌감에 나는 시트를 꽉 잡았다.


"으으.."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으려 아랫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잠시후 그는 애무를 멈추고 일어났다.


옷을 벗는 듯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그는 콘돔을 챙기고 있었다.


이렇게 기특할 수가, 안그래도 오늘 약간 불안했는데

알아서 콘돔을 챙겨주다니...


'와, 이 남자 괜찮다.'


준비가 끝난 그가 마침내 두 팔로 내 몸을 감싸안았다.


"들어갈께요."


내 귓가에 나즈막히 속삭인

그는 자신의 성기를 내 그곳에 맞추었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삽입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성기로 질 입구와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며

나를 애태우고 있었다.


마침내 그가 내 몸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완전히 들어오지 않고,

반쯤 삽입한 채 앞뒤로 조금씩 움직일 뿐이었다.


'아, 미치겠다. 너 뭐하니?'


하지만 감질나는 그의 삽입이 오히려 내 그곳을 더욱 젖어들게 했다.


나를 끌어안은 그의 팔에 힘이 들어가더니,

드디어 그의 성기 전체가 들어왔다.


"흡!"


나는 다시 입을 틀어막았다.


"아.."


그는 나즈막한 탄성을 지르며 내 깊이를 가늠하려는

듯 잠시 머물더니, 자신의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래가 꽉 차는 느낌에 나는 정신이 아찔할 정도였다.


'이 남자 크기가 꽤 크다. 아니, 딱 적당한가? 어머,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그는 천천히 삽입을 했고, 나는 모든 잡념을 버리고

그의 움직임에 따르기로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그가 자신의 성기를 뺐다.


위기가 찾아온 모양이다.


입을 꼭 틀어막고 있는 나를 보더니 그는 입을

막고 있던 내 손을 잡고는 따뜻하게 웃으며 속삭였다.


"성희 씨, 참지 말아요. 응? 우리 솔직하게 즐겨요. 알았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따뜻한 그의 목소리와 손의 온기에 나는 완전히 녹아내렸다.


남자친구들 중 누구도 이렇게 따뜻한 사람은 없었는데...


잠시 숨을 고른 그는 다시 삽입을 시작했다.


'어라? 뭐지?'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그의 태도에

내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방금 전에는 그저 앞뒤로 움직일 뿐이었는데,

이번에는 기술을 넣기 시작한 것이다.


빠르게 다섯번, 천천히 한번, 이런 식으로 속도를

조절하기도 하고, 자신의 성기를 좌우는

물론 상하로 움직이며 질 속 전체를 자극했다.


'아아.. 이 남자 왜 이렇게 잘하니. 죽을거 같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음.. 아아.. 키..스.. 해줘요."


나는 시트를 잡고 있던 두손을 놓고는 그의 목을

감싸안고 그의 입술을 찾았다.


그렇게라도 해서 입을 막지 않으면 신음을 마구

쏟아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키스하는 동안에도 그는 쉬지 않았다.


특히 처음 경험하는 기술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성기를 밀어넣은 뒤 곧바로 빼지 않았다.


삽입한 상태에서 자신의 치골을 나의 치골에 밀착하고는

지긋이 누른 뒤 살짝 돌리며 질 입구와 클리토리스를 자극했다.


이런게 있다는건 들었지만 이렇게 해준 남자는 한명도 없었다.


그의 다양한 기술에 나는 이성을 잃었다.


그의 어깨를 꽉 끌어안고 그동안 참아왔던 신음을 쏟아냈다.


"아앙.. 하아.."


그의 따뜻하고 큰 손이 내 얼굴을 감싼다.


"성희 씨.. 그거 알아요?"


"...?"


"성희 씨 몸.. 정말 섹시해요. 목소리도.."


제정신이 있는 여자라면, 아니, 평소의 나였다면

당장 밀쳐내고 따귀를 올려붙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자존심을 내세우고 내숭을

떨기엔 지금의 난 이미 정신을 놓았다.


"하앙.. 흐윽.."


오히려 난 더 크게 신음했고, 내 두 다리는

그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지금 이 순간, 우리를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두 남녀의 거친 숨소리와 서로의 살이 부딪치는 소리,

침대시트와 살갗이 마찰하면서 나는 사각거리는 소리,

이따금씩 터져나오는 얕은 비명소리,

그리고 두 사람의 뜨거운 알몸을 감싸는 어둠만이

방 안 가득히 채우고 있을 뿐이다.


갑자기 그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절정이 온 것이다.


동시에 나의 질 근육이 강하게 수축함도 느껴졌다.


"아앙.. 재성 씨.. 그만..그만.. 아앙.."


절정에 이른 나는 거의 비명을 지르다시피 신음했다.


"아아.. 조금만 참아요."


두 사람은 동시에 탄성을 질렀고,

이내 거칠고 빠르게 움직이던 그의 허리가 멈췄다.


잠시 뜨거운 키스를 나눈 뒤 눈을 떠보니 성기를 빼고

콘돔을 정리하는 그가 보였다.


나는 티슈 몇장을 뽑아 흠뻑 젖은

그곳과 몸의 땀을 대충 닦아냈다.


"샤워 안하세요?"


"네. 집에 가서 할래요. 씻고 가면 엄마가 의심해서요."


멋적게 웃으며 두사람은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었다.


옷을 입고 보니 침대 시트가 내가 흘린

애액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부끄러워진 나는 그가 볼까 얼른 이불로 덮어

그 부분을 가렸다.


모텔에서 나와 그가 나를 위해 택시를 잡아줄 때까지,

두 사람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사양했지만 그는 극구 나를 택시에 태웠다.


"위잉."


반쯤 갔을 때 그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즐거웠습니다. 성희 씨도 즐거웠는지 모르겠네요.

ㅎㅎ 또 만날 수 있을까요?>


귀여운 문자였다.


미소를 지으며 답장을 보냈다.


<저도 좋았어요. 또 연락 주세요~>


"후후훗.."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실없이 웃는 나를 택시기사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창문을 내렸다.


차창 밖에서 들어오는 도시의 바람이

오늘따라 유난히도 상쾌하게 느껴졌다.


'후후, 귀여운 남자야. 마음에 들어.

오냐. 이 누나가 또 만나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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